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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를 넘어 30일 나홀로 여행기 1]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서막
    해외 여행/러시아&인접국가 2019. 5. 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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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롭고 성스러운 그 곳,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닥터 지바고의 나라, 미인의 나라, 효드르의 나라, 푸틴의 나라...

    막연히 내가 떠올리는 러시아의 이미지들이란 이렇게 뻔하고 재미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한 번도 러시아 여행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떠올린 단어들 사이로

    스킨헤드의 나라, 불곰국의 나라, 인종차별의 나라

    같은 어둠의 단어 들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왜 러시아로 갔을까?

     시베리아 횡단 열차

    이 강렬한 단어가 내 신경을 사로잡았다.

    시작에서 끝까지 달린다면 지구의 1/4을 돌게 된다는 엄청난 선로, 그 위를 달리는 기차와 그 속의 사람들.

    눈 덮인 러시아 땅을 달리며 보게 되는 광활한 자연 그 모든 것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마침 회사를 그만 두고 다음 회사를 알아봐야 하나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라 마음의 결정이 더 빨랐다.

    마음은 이미 러시아 한 가운데였으나 3주 정도의 여행을 마음 먹자니 준비할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다행히 마음 맞는 친구와 블라디보스톡을 같이 여행하기로 하고 편도 블라디보스톡 항공권을 바로 예매 했다.

     

    여행 시작 한 달하고 일주일 전이었다.

    친구는 블라디보스톡 왕복 항공권을 끊고 난 편도 항공권,

    항공권을 끊고 나면 뭔가 일사천리로 진행 될 것 같았으나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어떤 도시에 들러야 하나, 각 도시에 며칠 있어야 하나, 아웃 도시는 어디로 할까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처음 정한 건 3주였으나 갑자기 오로라가 보고 싶어졌고, 

    문화도시라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가자기 헬싱키나 발트3국이 코 앞이었다.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백수인데 3주 가나 4주 가나 똑같은 거 아닌가?

    어차피 모아둔 돈 쓰는건데 조금 더 쓴다고 내가 망하나? 

    답정너 같은 마음 속 질문은 어차피 한 길로만 통하고 있었다. 

     

    3주라면 거대하고 거대한 러시아로 족한 날짜이지만,

    왠지 4주라면 충분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발가락부터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다 보니 블라디보스톡부터 모스크바까지는 어려운 점이 없었다.

    블라디보스톡은 친구와 함께 보기로 했고

    하바롭스크는 패스, 우수리스크도 시간상 패스!

    이르쿠츠쿠 이틀 체류, 바이칼호 2박3일에서 3박일 체류!

    모스크바까지 1개 도시 혹은 2개 도시 경유!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한번 여행을 가자고 생각했더니 방랑벽이 도져버렸다.

    이전 회사 퇴사 후 갔던 동남아 한 달 배낭 여행에서는 4개국 14개 도시를 갔었다. 

    중간 중간 여유롭게 사람 구경하고 공원에 앉아 있고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끊임 없이 이동하는 쉴새 없는 여행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후에 한 동안 장기 여행은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나 에스토니아까지 3~5시간이면 갔다. 

    그런데 핀란드나 에스토니아까지 갔는데 그 나라만 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핀란드로 가면 스웨덴을 거쳐 노르웨이를 가야지!

    에스토니아를 가면 라트비아를 거쳐 리투아니아로 가야지!

     

    마음을 먹었다.

    유럽 여행을 꽤 했지만 북유럽과 발트 3군 인근은 가본적 없는 미지의 땅이었다.

    다 가자니 여행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같았다. 

     

    이럴 땐 비행기표를 알아보면 마음이 정리 됐다. 

    구글맵을 열고 고민에 빠졌다. 어디서 한국에 들어가야 하나.

     

    그 때 눈을 사라잡는 한 단어

     벨로루시

    와 여기다!

    가고 싶어졌다.

     

    왜? 정말 저 나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청개구리 여행자의 습성인지 잘 모르는 곳일수록 가고싶어졌다.

    처음 들어보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out표를 민스크로 정했다.

    여행이 3주도 안 남아서 일사천리로 표를 구매했다.

     

    그런데 결제한 표는 터키항공으로 이스탄불 경유 표였다.

    또 심장이 한번 꿈틀거렸다.

     

    이스탄불을 경유하는데 관광을 안 한다고??

    케밥과 모스크의 나라인데 안 간다고?

    이건 여행자의 자존심을 스크래치 내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2만원을 내고 스탑오버 신청을 했다.

    정확하게 출발하고 도착할 때 까지 30일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옆이 아닌 밑으로 가기로 했으니 오로라는 무르만스크였다.

    러시아 최북서단 도시, 전세계 최북단의 맥도날드가 있는 그 곳.

     

    일단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기차표를 예매 하고 동선을 보는 중이었다.

    모스크바에서 무르만스크까지 기차로 36시간이었다.

     

    한 달이면 길진 않아도 짧지 않은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동 시간이 상당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르쿠츠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에 가야 하나?

     

    그런데 왠지 비행기를 타고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건 완벽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여행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블라디에서 이르쿠까지도 이미 3박 4일이니 그렇게 집착 안해도 됐지만 반만 타는 기분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 사이 도시중 가고 싶은 곳이 있지 않나 살펴봤다.

    설국열차에서 '예카테린부르크!!' 를 외치는 화면이 괜히 눈 앞을 가려 예카테린부르크에 가려고 했다.

    그리고 이름이 멋져서 가고 싶은 니즈니 노브고르드와 노보시비리스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도시들은 이름만이었다. 조금 알아보니 딱히 꼭 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난 사실 여행 다닐 땐 맛집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여행지를 정했다.

    한 마디로 '보고 싶은 것이 있나 없나'로 여행지를 정했다.

    정말 여기가 너무 가보고 싶어 눈을 감아도 그 곳이 생각나거나 몸이 다는 그런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딱히 마음에 이끌리는게 없는 터라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야 가야겠다 싶은 순간

    카잔

    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건 없었고 하얗고 파란 카잔 크레믈이 보고 싶었다. 

    모스크바까지 기차로 12시간, 괜찮았다.

     

    결국 기차는 꼭 타기로 하고 이르쿠츠크에서 카잔까지 기차표를 예매 했다.

     

    그러던 와중 난 어떤 사진을 보게 됐다. 

    한 협곡의 사진

    그 곳은 다른 관광지는 없었다.

    유명한 곳도 아니었다. 나 조차도 생전 처음 본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고 싶었다.

     

    동선이 꼬였다. 

    비행기로 가야 했다. 

    이 곳을 가면 후회할 일 투성일 것 같았다.

    관광 인프라가 없어 러시아를 모르면 낭패를 보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야 했다.

    내 피가 그렇게 외쳤다.

     

    카잔에서 그 곳까지 편도표를 예매하고

    그 곳에서 모스크바까지 표를 예매 했다. 

     

    내 이 모든 일정은 무르만스크 염두에 둔 터였다.

    오로라를 보려면 날씨와 달, 운(오로라 지수)가 중요한데,

    오로라 지수와 날시는 인력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었고

    달은 맞출 수 있었다.

     

    사실 오로라헌팅은 3월까지였다.

    4월 부터는 비수기 시작이었다.

    그렇자고 3월 말에 무르만스크를 가자니 달의 크기도 맞지 않았고

    동선도 엉망진차이었다.

     

    27일 전부터 뜨는 오로라 지수 예보를 보다가 3이상이면 가고 아니면 

    오로라는 나중에 북유럽 여행으로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런데 3이 딱 떴다.

     

    마음이 더 촉박해졌다.

     

    블라디에서 이르쿠까지 3박 4일

    이르쿠에서 카잔까지 3박 4일

    그리고 사진 한장 때문에 가게 된 그곳에서 2박 3일

     

    여행이 30일인데 그 중에 10일은 이렇게 끝났다.

    그런데 out이 민스크다, 게다가 이스탄불에서 스탑오버 3일, 

    시간이 진짜 없잖아?

     

     

    내가 괜히 무리 했나 싶은 순간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이럴 때 불타 오르는게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 아니겠는가?

     

    아쉽지만 시간을 다 줄였다.

     

    블라디보스톡 2박3일

    이르쿠츠크 1박 2일,

    바이칼 호수, 알혼섬에서 2박 3일

    카잔 1박 2일,

    그 곳 2박 3일,

    모스크바 2박 3일,

    무르만스크는 하루로는 도저히 오로라를 볼 수 없으니 2박 3일,

    이스탄불에서 꽉채운 2박3일

     

    헐? 시간이 없었다.

    발트 3국을 거의 날면서 봐야 하나,

    민스크를 그냥 살짝 맛만 봐야 하나 고민이 됐다.

     

    여기까지 정하는데 이미 여행은 일주일 전으로 다가왔다.

     

    엇?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대한민국의 여권 파워란 얼마나 대단한가?

    근 10년 안에 캄보디아와 중국 빼고서는 비자 발급을 받아 본적이 없었던 터라 방심했다.

    벨라루스는 비자가 필요했다.

     

    비자가 필요 없으려면 민스크 국제 공항을 통해 국제선으로 도착해야만 했다.

    아니라면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비자 발급 비용이 60유로였고 

    게다가 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일주일 걸리는 비자는 발급 받을 수 없었는데

    1박 2일 걸리는 급행은 120유로였다.

     

    하루에 1~2만원 숙박을 알아보고 있던 와중에 비자로 120유로라니? 안 될 말이었다.

    국제선을 타기로 했다.

     

    그런데 발트 3국에서 민스크는 가깝기 짝이 없었다. 너무 가까워서 문제였다.

    비행기가 없었다.

    바로 옆인 나라에서 가기 위해서 모든 비행기가 멀리 돌아돌아 가는 터라 비행기표가 비쌌다.

    다행이 나같이 비자 때문에 국제선을 타는 사람을 위한 빌뉴스 발 비행편이 있었다. 

     

    선택의 방법이 없으니 일단 그 표를 끊었더니 

    민스크에서 2박 3일은 필수 였다.

    그 표를 안 끊으면 정말 민스크는 경유지 밖에 될 수 없었다.

     

    그랬더니 더더욱 말도 안 되는 동선이 만들어졌다.

     

    문화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최소 3일은 봐야 하지만 다행이 겨울이라 여름 궁전이 별로라고 하니 아주 꽉 채운 1박 2일,

    발트 3국 2박3일이 나왔다.

     

    헛웃음이 나왔다.

    말이 안 되는 동선은 아니지만 이렇게 스쳐 지나가면 도대체 뭘 볼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한다 해도 핥기만 하고 지나가 버리면 이게 여행일까?

    어딘가는 포기 해야 했다.

     

    귀국 비행기를 다시 끊어야 할까?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독재자의 도시 벨라루스와 술탄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또 한 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심장을 채웠다.

     

    나 아직 어려!

    충분히 걸을 수 있어!

    잠을 줄이고 걷자! 걷가 또 걸으면 지구는 둥그니까 다 보겠지....

    개드립을 치는 속마음에 진 난 그렇게 일정을 확정했다.

     

     

     

     

     

    이 여행기는 나 스스로를 고생길에 빠뜨린 30일 6개국 12개 도시에 관한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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