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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를 넘어 30일 나홀로 여행기 18] : 기다리던 훈제 오물!
    해외 여행/러시아&인접국가 2019. 6. 8. 16:38
    081 기차 탑승 (이르쿠츠크 -> 카잔행) 둘째 날

    여행 열사흘 째 / 19년 3월 26일

     


    자고 일어났더니 크라스노야르스크였다.
    횡단 열차 타는 사람들이 메인 도시(상트,모스크바,이르쿠츠크,블라디보스톡)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이다.
    세계 5위의 댐 크라스노야르스크 수력발전소가 있는 곳이라는데 그 댐이 10루블 지폐에 그려져 있다고 한다.
    꽤 대도시라 그런지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았다. 

    재밌는 건 같은 객차에 운동선수들인 학생들이 타고 있었는지,
    10분 이상 정차역에서는 무조건 달리기를 했다. 
    달리는 학생들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재밌어 보였다.
    눈치 없이 나도 끼워달라고 할 뻔했다.

     


    구경을 마치고 오니 일부 2층 빼고는 다 차 있는 것 같았다.
    마침 타냐가 앉아 있어서 1층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001 열차는 블라디에서 울란우데까지 굉장히 너르게 간 편이라
    약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객차에 사람이 많아서 산소가 부족한지.;;;
    자도 자도 잠이 왔다.
    그리고 타냐가 언제든 1층에 앉으라고 해줬지만, 
    사실 타냐는 온종일 설잠을 자는 타입이어서 자연스레 앉기 힘들었다.
    그래서 2층에 올라가 있으면 좁은 공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탄 001 기차에서는 거의 낮잠을 안 잤는데 여기선 낮잠을 많이 잤다.

     

    저녁은 러시아에서만 파는 도시락 라면 중 닭고기수프 맛이었다.
    이번엔 회심의 비밀병기가 있었는데, 그 비밀병기는 바로 치즈!!!
    맑은 국물에 치즈를 올려 먹은 적은 없었는데 기가 막혔다.
    맵지 않은 닭육수에 치즈가 합쳐지니 감칠맛이 폭발했다.
    스스로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복도 자리에도 사람이 다 차고 그래서 2층에 올라갔다.
    2층이 너무 낮아서 자세가 3개밖에 안 된다.

    1. 시체처럼 누워 있기 (가끔 살짝살짝 무릎을 접어 준다.)
    2. 엎드려 있기 
    3. 옆으로 누워 있기

    생각보다 더 낮았다. 
    사실 2등석 2층이랑 가격 차이도 별로 안 나서 내 선택에 후회했다. 
    이것도 경험이라며 좋게 생각은 했지만 
    하루만 일단 예매하고 나머지는 다른데 찾아볼 걸 하는 후회를 버릴 순 없었다.
    그렇게 후회를 안고 빠르게 잠에 들었다.

     


    이번 081 열차는 001 열차에서 내가 탔던 객차와는 다르게 시설이 괜찮았다.
    내가 옆으로 씻으러 갔던 화장실과 비슷한 시설의 화장실이었고,
    1층은 콘센트가 있었으며 2층엔 두 개의 USB 충전 포트가 있었다.
    그래서 배터리 방전의 걱정은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기차에서 웬만하면 아침은 건너뛰었다.
    원래도 아침을 안 먹는 성격이기도 하고 기차에서 화장실은 좀 덜 가고 싶어서다.

    일어나서 엎드려 책을 보자니 기차가 멈춰 섰다.
    바라빈스크라는 역이었다.
    비교적 작은 도시였는데 역은 컸다.
    번듯한 키오스크도 여럿이었다.

    웬만하면 난 10분 이상 정차역에선 다 내려 구경하고 바람을 쐤는데
    이곳은 뭔가 더 의미가 있는지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트램 앞으로 가서 기념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러시아어를 몰라서 뭘 기념하는 트램인지는 모르겠지만, 복고풍의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대하던 훈제 오물을 사 먹으려고 마음먹었다.
    경찰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대놓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누구와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순간 '이거다!'라는 느낌으로 다가갔더니 딱 훈제 오물이었다. 
    (오물이 생선 이름이다.)

     


    아싸!하는 마음으로 결제를 끝냈다.
    200루블로 약 3,500원이었다. 
    마침 곧 점심시간이라 아주 기대가 됐다.
    계산이 끝나자 아주머니는 가슴팍에서 봉지 하나를 꺼내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생선을 담아 주었다.
    흡사 마약 거래의 현장이었다.

    흡족한 마음으로 객차로 돌아가려니 많은 판매자가 내 옆으로 붙었다.
    거의 빵 같은 걸 팔았는데 별로 생각이 없어서 '니엣'을 외치며 돌아왔다.
    살 걸 그랬다...ㅠㅠ

    객차로 들어가 타냐에 같이 먹을래? 물어봤다.
    타냐는 먹는 사람들을 뭐라고 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자기는 이 훈제 생선들을 왜 기차역에서 팔고 이걸 사람들이 사 먹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꽤 싫어했다.

    기차에 타기 전부터 홍콩 커플과 훈제 생선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도 먹고 싶다고 해서 같이 먹으려고 그들의 객차로 찾아갔다.
    자고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마침 막 일어난 것 같았다.

     


    훈제 생선을 보여주며 같이 먹자고 했더니 좋아했다. 
    돈을 주려고 했지만, 당연히 한국인의 정 아니겠는가?

    훈제 생선은 꽤나 커서 세 명이 함께 먹기 충분했는데 
    처음에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 비닐봉지 안으로 생선을 뜯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훈제 생선 한입!
    헐...너무 짰다.
    진짜 격하게 짜서 하마터면 그대로 뱉어 버렸을 정도로 짰다.
    확실히 맛은 있었다.
    스페인 하몽과 같은 감칠맛과 깊은 맛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너무 짜서 토종 한국인인 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진짜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음식이 제일 안 짜다.)

    홍콩 커플은 짜지만 먹을만하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너무 짜하니까 그들의 얼마 없는 식량 중에 모닝빵을 주었다.
    모닝빵에 넣어 먹었더니 그나마 먹을만했는데 궁합이 별로인지 맛없게 느껴졌다.
    홍콩 커플 중에 여자분이 짠 햄을 원래도 좋아한다며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물을 넘기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원래 오물을 점심으로 때울 셈이었는데 한 토막 정도 먹은 셈이라 식량 하나를 꺼냈다.
    이번엔 도시락 브랜드에서 나온 감자 퓨레였다.
    러시아인들이 도시락 라면보다 더 많이 먹는(체감상) 제품인데 이것도 많이 라면과 비슷하게 있다.
    소고기수프 맛을 뜯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굉장히 셌다.
    난 매시드 포테이토를 생각했는데 매시드 포테이토에 라면 수프를 다 넣은 맛이라 짜기까지 했다.

    그러다 번뜩 어제 먹었던 치즈가 생각나서 넣었더니!
    꿀맛이었다. ㅠㅠ 이렇게 바로 횡단 열차의 소소한 행복~
    치즈만 섞었을 뿐인데 엄청나게 먹을만했다.

     


    점심을 먹고 적당한 때에 정차한 '옴스크Omsk'라는 역에서 산책했다.
    역사가 마음에 드는 민트색이었는데,
    타냐가 이 색이 거의 러시아 철도청의 상징과 같은 색이라고 했다.
    러시아 역사는 민트색 아니면 분홍색이 많다는데 철도청이라는 딱딱한 느낌과 상반되어 재밌었다.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타냐는 기차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담배 연기에 알레르기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예전 글에도 언급했다시피 러시아 사람들은 담배를 굉장히 많이 피우고,
    정차역에 멈추면 날씨가 궂지 않은 이상 담배 연기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게 힘들다. 
    그래서 나랑 같이 산책할 때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기차 타기 전, 2층은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홍콩 커플에게 한 적이 있었는데 
    2층은 남자분이 머물기로 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더니
    '잠을 진짜 많이 자서 괜찮아'
    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
    몇 번 놀러 갔을 때 남자분이 깨어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대단했다.
    그래서 식량이 적었다.
    횡단 열차에 로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정말 이동수단으로 탄 것 같았다.

     


    횡단 열차에서는 음식, 풍경, 책, 대화, 잠으로 생활을 축약할 수 있다.
    그냥저냥 또 저녁 시간이 된 것이다.
    저녁 메뉴는 인스턴트 죽 같은 것이었는데, 
    감자 퓨레나 죽이나 그냥 느낌은 비슷했다.
    특별히 맛있지 않아서 또 치즈를 넣어 치즈빨로 먹었다.

    타냐는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금액이 214~316이라 저렴한 편이었다.
    특별한 건 없이 그냥 일반 도시락 느낌이었다.
    그래도 빵만 먹긴 싫어서 몇 번씩은 이렇게 주문해 먹는다고 했다.

    타냐 맞은편 1층엔 벌써 세 번째 사람이었다.
    동시베리아 쪽에 이해 도시가 촘촘하게?있어서인지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았다.
    세번째 사람은 인상 좋아 보이는 백발의 노년 남자분이었다. (물론 덩치는 크셨다.)
    인상도 좋으시고 말도 별로 없으셔서 생각을 못했는데,
    열차를 타서 잠들지 않는 시간엔 가방에서 뭔가를 컵에 따라 계속 마셨다.
    타냐에게 '저거 맥주 아니야?' 라고 하니 맞는 것 같다고 엄청 싫어했다.
    객차 내에서 술을 마시는 건 허락 되지 않는 만큼 몰래 마시는 거였다.

     


    그래도 2박 3일은 타니까 마침 식량이 거의 떨어져서 
    밤에 정차하는 역에서 같이 키오스크에 가기로 했다. 
    좀 큰 역이라 키오스크도 클 것 같았다.
    예상대로 키오스크도 여럿이고 그중에는 일반 슈퍼 크기의 키오스크도 있었다.

     

    https://timevoyage.tistory.com/115

     

    러시아 기차역 키오스크 (시베리아 횡단 열차)

    시베리아 횡단 열차, TSR을 하루 이내로 타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길게 타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렇다면 걱정이 되기도 할 겁니다. 가다가 식량이 모자르면 어떡하지? 물이 모자르면 어떡하지? ​ 일단!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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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커플의 여자분이 영어를 더 잘하셔서 친해졌는데 이름은 웬디였다.
    웬디와 난 객차 내에서 만나 제일 큰 키오스크로 갔다.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그곳엔 손님이 아주 많았다.
    햄, 과일, 술, 과자 등 안 파는 게 없었다.
    학교 매점 같은 계산 방식이라 말로 말하면 물건을 사장님이 돈을 받고 주는 형태였다.
    웬디는 계속 마른 빵만 먹어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 키오스크에 온 터라 고기가 좀 들어간 빵을 골랐다.
    난 음식이 충분해서 구경만 했다.
    주문하는 데만 한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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