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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를 넘어 30일 나홀로 여행기 10] : 식당칸과 키오스크
    해외 여행/러시아&인접국가 2019. 5. 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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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의 세번째 날
    여행 엿새 째

     

     

    아침에 멍 때리며 기차와 한몸이 되어 있는 순간 동행 언니가 찾아왔다.
    단둘이 마주 볼 때는 복도 쪽 1층 자리가 최고인지라,
    비어 있는 복도쪽 1층 자리에서 마주 보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 9시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평지를 달리는 횡단 열차에 있어서 
    9시는 충분히 밝은 시간이었다.

    계속 풍경을 보며 달릴 것 같지만 사실 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정통으로 햇빛이 들어올 땐 모두 스크린을 내려놓는다.
    스크린을 내려놓지 않으면 적도로 피서 간 것 마냥 피부가 타는 것도 순식간이다.

    아침을 먹고 점심때 식당칸을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
    횡단 열차까지 왔는데 한 번 안 가보는 것도 말이 안 되니까!

     


    언니와 헤어지고 잠시 후 정차역에 멈췄다.
    작은 역이었는데 패널로 시야가 가려져 있어서 답답한 곳이었다.

    러시아 흡연자 비율이 이렇게 높은 줄 기차를 타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체감상 성인의 반은 흡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판넬로 가려진 정차역에서는 맑은 공기 마시려다 담배 연기만 맡고 서둘러 들어갔다.

    살짝 가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아래 복도 쪽 1층에 앉아 책을 읽었다.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아차하니 언니와 약속한 시간이라 식당칸에 가봤다.
    미국 무슨 단체에서 왔는지 재미교포로 보이는 사람들과 서양인들의 토론이 한창이었다.
    사람이 많아선지 원래 그런 것인지 식당칸의 직원분들의 어떤 안내도 없어서
    그냥 알아서 메뉴를 보고 음료 하나씩 시키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음료수는 언니가 사줬다!

    느끼기에 키오스크 = 차장님 판매 = 식당칸의 가격이 비슷한 것 같았다.
    일반 마트에 비하면 비싸지만, 기차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비싸지도 않다.
    우리나라 자판기 가격 정도이다.

    대낮이었지만 객차 내에서의 음주는 금지인 터라 맥주를 들이키고 있는 러시아인들도 있었다.
    확실히 침대칸으로 시야가 막힌 객차보다는 넓고 탁 트인 터라 좋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음료만 비우고 떠났다.


    동행 언니는 2, 3등석을 모두 체험해 보기 위해 둘 다 예약을 해서 
    오늘은 3등석에서 2등석으로 옮기는 날이었다.

     

    다음 역에서 언니가 짐을 옮길 때 도와주러 가기로 했는데
    다음 역에서 정차해서 언니한테 가보니 이미 짐이 옮겨진 상태였다.
    3등석 사람들과 친해져 그분들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짝짝짝!


    기차역 구경에 나섰는데 멋있게 생긴 기차역이라 
    한 번 기차역을 나가보기로 했는데 반전으로 오히려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허탈하게 나가자마자 3분 만에 들어와서 키오스크 탐방에 나섰다.
    큰 역엔 키오스크도 여러 개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데,
    묘하게 파는 물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오스크(러시아의 많은 구멍가게)의 특이한 점은
    냉장고가 잠겨있고 원격에서 연다는 점이다.
    처음에 음료수를 사려고 했는데 열리진 않고 자물쇠도 안 보여서 당황했는데
    동행 언니가 '여기는 리모컨으로 열더라고' 알려줘서 주인아주머니를 쳐다봤더니
    멋있게 리모컨으로 냉장고를 열어주었다.
    언니가 식당칸에서 사줘서 난 키오스크에서 과자와 음료를 샀다.

     


    언니의 2등석칸에서 과자를 뜯었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게맛 감자칩이었다. 짭짤해서 맥주 안주로 딱인 것 같았다.
    음료수는 처음보는 러시아 음료수 였는데 맛있을 것 같아서 샀다가 반도 못 마셨다...


    아무래도 아예 방으로 분리된 곳이라 조용하니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2등석 복도는 느낌도 다르다.
    저렇게 복도에 드리워진 커텐의 모습도 우아해 보이는 느낌이다!

    그 느낌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아예 조용하거나,
    사람들이 답답함으로 다 2층에 있거나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밀폐된 방이다 보니 아예 잘 때 아니면 문을 열어놓는 방들도 많았고
    문을 닫으면 답답하니 복도에서 창 밖을 하염없이 보다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가끔 2등석 복도는 집을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이 서 있는 느낌도 나곤 했다.


    그런 객차의 특성들을 몸으로 느끼며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순식간에 저녁 시간이었다.
    기차 내 시간은 어떨 때는 너무나도 빠르고 어떨 때는 소름 돋게 느렸다.
    저녁은 한국에서 가까운 3개 컵라면 중의 하나였다.
    향이 심하지만 않으면 뭐든 잘 먹지만 그래도 얼큰함이 필요할 때가 있어서 챙겨왔다!


    항상 이런 느낌이었다.
    앞자리의 곰 아저씨 이름은 슬라바였는데, 폰이 2개라 하나로는 연락을 하고 
    하나로는 끊임없이 동영상을 봤다. 
    웃긴 동영상이었는데 그 동영상이 끊이지 않아서 신기했다. 
    인터넷이 됐다 안 됐다 하는데 영상을 다 담아 온 걸까?? 
    슬라바 아저씨에게도 횡단 열차 프로의 향기가 났다.

    복도 쪽 중년 부부는 여느 때와 같이 낱말풀이나 보드 게임을 하며 
    보기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나도 조용히 책을 읽었다.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정차역이라 헐레벌떡 겉옷을 걸치고 밤 공기를 마셨다.
    상쾌~할 것 같지만 역시나 담배 연기가 먼저다.
    아...간접 흡연ㅠㅠ
    나갔다가 오니 나한테 담배 냄새가 나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시설 좋은 칸 화장실에서 씻고 오자니 잠이 온다.
    내가 이렇게 러시아에서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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