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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를 넘어 30일 나홀로 여행기 13] : 영혼이 머무는 바이칼로
    해외 여행/러시아&인접국가 2019. 6. 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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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 우리치커버 거리 - 숙소 - 버스 이동 - 알혼섬 - 샤먼바위 - 레스토랑 알혼 - 숙소

    여행 아흐레 째 / 19년 3월 22일

     


    언니가 산 포도로 가벼운 아침을 먹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잃어버린 보조배터리를 사기 위해서인데 검색해보니 보조베터리를 팔만한 상점은 거의 10시 오픈이었다.
    우리가 알혼 섬까지 타고 갈 버스도 10시!

    큰 기대 없이 주의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나마 숙소 근처가 번화가라 희망이었다.

    9시가 안 된 터라 분주하게 출근하는 사람들로 싸늘한 길이 북적였다.
    영하 5도 정도 되는 날씨라 몹시 춥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시렸다.
    다들 털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확실히 모자는 써야 할 것 같았다..
    싸락눈이 휘날렸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숙소 근처를 크게 한 바퀴 도는데 내가 보조베터리를 사려고 했던 곳은 역시 아직 열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된 거 구경이나 해야겠다 싶었는데 중심지라 그런지 
    세련된 레스토랑이나 공연장, 벽화 구경하는 재미로 떠돌기가 재밌었다.

     


    숙소 5분을 남겨두고 잘 닦여진 거리가 눈에 띄었다.
    명동거리 느낌이 났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역시 이르쿠츠크의 명동 같은, 우리치커버 ул. Урицкого 라는 거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장사를 하는 휴대폰 가게들이 있었는데 보조베터리를 다 팔지만, 너무 비쌌다....
    아니 여보게 보조베터리 하나에 5만 원을 넘게 쓰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냥 나왔다.

     

    https://timevoyage.tistory.com/104

     

    이르쿠츠크 - 페카르냐 끌레비코 Pekarnya Khlebiko

    https://goo.gl/maps/zKzvzczGpSnWiPwE6 Pekarnya Khlebiko ★★★★★ · 카페 · Ulitsa Uritskogo, 4 www.google.com 메뉴 : 러시아식 빵, 커피 가격대 : 저가 분위기 : 프렌차이즈 느낌 조명 : 밝..

    timevoyage.tistory.com

    숙소가 코 앞이었는데 한 시간가량 정처 없이 돌아다녔더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원래는 얼죽아 회원이라 얼어 죽어도 아이스 음료만 들이켜는데 찬 바람에 장사 없었다.
    거리 한가운데 서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커피 파는 곳에 들어갔다.
    러시아 빵과 커피를 파는 곳이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괜찮은 집인 것 같았다.
    워낙 저렴한 터라 조그만 빵을 하나 사고 빵 두 개는 언니랑 먹으려고 포장했다.

    딱 숙소로 돌아가려니 이제 곧 출발할 것 같다는 언니의 카톡을 봤다.
    도착하니 10시였는데 살짝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숙소에선 우리한테 10시 출발이라고 했는데 사실 10시 출발이 아니었고,
    8시쯤 버스가 숙소에 왔다가 아무도 없길래 그냥 갔단다.
    그래서 숙소에서 다급하게 버스 쪽에 연락했고 결국 다른 버스를 수배해준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15분쯤 뒤에 버스가 왔다.

     

    버스는 이르쿠츠크 시내 미니버스인 것 같았다.
    버스 쉬는 날 이렇게 용돈 벌이를 하는 것 같았다.
    크지 않은 버스엔 사람이 가득했고 우리는 간신히 남은 두 자리에 따로따로 앉았다.

    알혼섬 까지는 6시간가량 걸렸다.
    알혼섬 가는 선착장까지 서울-광주 거리고, 거기서 알혼섬 중심지까지 또 20km를 달린다.


    이르쿠츠크의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해가 떴다가 싸락눈이 내렸다가 비가 내렸다가 난리였다.
    그런 미끌미끌한 도로를 차는 미친 듯이 달렸다.
    화물차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추월은 당연한 순서였다.
    제일 뒷자리에 가운데 자리에 앉은 터라 자리가 조금 불편했는데 엉덩이가 쉴 새 없이 의자에서 붕붕 떴다. 
    의자로 맞으면서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정오도 안 돼서 차가 멈춰 섰다.
    휴게소 같은 식당에 도착한 거란 건 하도 인터넷으로 예습을 많이 해서 알고 있었다.
    우리 같은 버스가 10대가량 서 있었다.
    다들 내려서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줄이 끝이 없었다.

    인터넷으론 판자로 지은 거나 다름없는 간이 화장실이었는데
    여긴 식당 옆에 딸린 괜찮은 화장실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길래 먼저 배를 채우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 주문하는 줄도 끝도 없었다.
    언니와 안 내가 아침에 산 빵을 먹기로 했는데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포자라는 러시아 만두를 계속 먹어야지 했던 터라 포자 하나를 시켰다.
    50루블, 900원가량이었다. 짭짤했는데 맛있었다.

    언제 버스를 다시 타는지 몰라 우릴 놓고 가는 거 아닌가 했지만
    다행히 근처에 기사 아저씨가 보여 아저씨한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아저씨가 일어나자 우리도 일어났다.
    담배 타임이었다.
    언니와 난 옆에서 그냥 바람이나 쐤다.

    다시 버스가 달리다 보니 어느새 거친 움직임에도 적응이 돼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지나 도착해서 눈을 떠보니 알혼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끝이 없는 얼음과 산맥이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알혼섬까지는 건너가는 3가지 방법이 있는데
    1. 자동차
    2. 호버 보트
    3. 유람선
    이렇게 이다.
    하지만 건너는 방법을 고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얼음 두께가 자동차로 건널 수 있을 만큼일 때만 자동차로 달릴 수가 있고,
    얼음이 아직 많은데 자동차로 달릴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호버 보트로 건넌다.
    아예 얼음이 녹으면 유람선으로 간다.

    이 중에 호버 보트가 제일 비싸다.
    한 보트에 20명도 못 태우기 때문이다.
    자동차야 그만 달리면 그만이고 말이다.
    그래서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250루블이나 받는다ㅠ


    한참을 기다려 호버보트에 타서 내리니 드디어 알혼 섬이었다.
    하지만 또 거기서 우리를 중심지로 태워 줄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진짜 기다림이 필요한 날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아름다운 바이칼의 광경을 눈에도 담고 폰에도 담고 DSLR에도 담았다.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미니버스보다 조금 더 큰 버스가 우릴 태웠는데 불안하기 시작했다.
    달리다 멈추고 달리다 멈췄다.
    수많은 차가 우리를 앞질러 사라졌다.

     


    기사님은 수도 없이 보닛을 열며 뭔가를 점검했다.
    달리다 - 멈추고 - 기사님이 내려 무언가 하고 - 힘들게 다시 시동을 걸어 - 조금 달리다 - 다시 멈추고
    수도 없이 반복했다.
    이미 시내에 도착할 시간이 된 것 같았지만 우리는 1/10도 가지 못했다.
    결국 기사 아저씨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듯했다.
    결국 우린 한참을 기다려 도착한 차를 타고 겨우 알혼 중심지로 올 수 있었다.

    알혼섬엔 포장도로가 없는데 
    그 중에서도 길이 좀 다져져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크다.
    물론 길이 다져져 있어도 비포장도로니만큼 통통 튀며 달린다.

     


    찻창 밖으로 본 알혼 섬은 황량한 제주도 같았다.
    옆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눈 쌓인 들판이 끝도 없었다.
    알혼 섬의 크기는 제주도의 1/3 크기라는데 인간이 보기에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공영버스와 사설 버스의 차이점은 숙소까지 데려다 주냐 아니냐인데,
    우리가 숙소를 예약했을 땐 공영 버스로 갈 수도 있어서 알혼 정류장에서 가까운 숙소로 골랐다.
    결국 사설 버스를 타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숙소에 빨리 갈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장점인 것 같았다.

    체크인 하면서 바로 내일 아침에 할 북부투어를 예약했다.
    알혼 섬에서 하는 투어는 크게 북부투어와 남부투어로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 북부투어를 하는 편이다.

     

    https://timevoyage.tistory.com/105

     

    알혼 섬 - 미니 호텔 다이애나 (디애나) Мини-Отель Диана

    https://goo.gl/maps/o9oFRxihkmHMfDSu6 미니 호텔 다이애나 ★★★★★ · 여관 · Baykal'skaya Ulitsa, 49 www.google.com 구분 : 게스트하우스 숙박 종류 : 트리플 룸 (공용욕실) 숙박일 : 19년 3..

    timevoyage.tistory.com

    우리의 숙소는 원래 살던 집을 숙박업소로 고친 듯 생활감이 넘쳤다.
    거실도 러시아 일반 가정집 같았고 부엌도, 우리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간판 하나도 없고 문도 일반 가정집 문이라 혼자 온다면 도저히 숙소인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기사님이 바로 데려다 주셔서 여긴가보다~ 하는 그런 곳이다.

     


    우리는 가볍게 짐만 풀고 샤먼 바위로 향했다.
    샤먼 바위로 향하는 길은 평화로운 그 자체였다.
    살짝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낮은 건물들로 따뜻한 황금색 빛이 넘실거렸다.
    아마 따뜻해지면 영업이 한창일 카페들도 여럿이었고 그 유명한 니키타 하우스도 보였다.

    샤먼 바위는 부르한 바위 Мыс Бурхан 를 말한다.
    러시아 샤먼들의 영적인 고향이자 알혼섬에서 제일 신성한 그곳이다.
    바위에는 바이칼 원주민 부리아트족의 신 텐그리가 깃들어 있고 이 곳은 그 신과의 연결 장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낭당 같은 세르게 13개가 세워져 있어 그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다.

     


    세찬 바닷바람, 아니 호수바람이 온몸을 때렸다.
    우리 갔을 때가 아무래도 3월 말인 터라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는 그런 때였는데,
    바람만큼은 정말이지 강력하다 못해 얼굴을 할퀴고 갔다.
    데세랄의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감각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었다.

     


    샤먼 바위에서 보는 바이칼의 전경은 내 생애 손꼽히는 감동을 주었다.
    살을 베이는 듯한 바람이 꽁꽁 언 호수 바닥을 맴돌아 나를 흔들고 갔고,
    아름다운 바위와 산맥이 만들어 내는 산수화 위로 붉은빛이 맴돌았다.

    하지만 안타깝게 이 날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아주 많았다.
    도대체 다 어디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아서 뭘 하기고 힘들었다.
    심지어 몇 컷 찍고 있는데 왜 너네만 찍느냐고 중국 아주머니들에게 혼나기까지 했다....
    그분들이 10분 찍었으면 우리는 30초 정도 찍었을 뿐이건만. ㅠㅠ
    억울함이 맴돌았지만 이런 신성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이 무슨 좀생이 같은 마음가짐인가 싶었다.

     


    다시 바이칼의 풍경에 집중했다.
    이것에 온 것만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 올 가치가 있었다.

    추운 칼 바람을 따뜻한 바람 삼아 잠 자는 개들을 만지다 
    동행 언니가 사전에 연락한 한국 남자와 셋이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은 우리 숙소 사장님이 강력히 추천하신 곳이었다.
    아무래도 알혼섬 비수기라 문 연 레스토랑도 많지 않았다.

     

    https://timevoyage.tistory.com/106

     

    알혼 섬 - 레스토랑 알혼 (올혼) Ольхон

    https://goo.gl/maps/qbeTfVHMPtJkUkEp8 Ol'khon ★★★☆☆ · 카페 · Baykal'skaya Ulitsa, 60 www.google.com 메뉴 : 러시아 음식, 오물 요리, 양식 가격대 : 중간 가격 분위기 : 편안함 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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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서 우린 오물 구이와 현지 면 요리 무난한 닭봉 튀김을 먹었다.
    그리고 그대로 마무리 하기엔 아쉬워 슈퍼에 들러 바이칼 보드카에 바이칼 물에 
    주전부리를 사들고 숙소에서 2차를 벌였다.


    언니는 군 무기를 만든다는 난생처음 보는 직종에 몸담고 있었고
    한국 남자분은 아일랜드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끝내고 귀국하는 중에 
    전 유럽을 여행하다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가는 길로 우리 중 막내였다.
    싸고 맛있는 러시아 술에 바이칼 한 가운데라는 즐거움이 술자리에도 이어졌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하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술자리를 파했다.

    한국 남자분은 저렴하다고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은 터라
    우리는 100m라는 얍삽한 거리를 배웅했다.

    하늘에 별들이 아름다웠다.
    한국 남자분이 한국 여자분이었다면 밤새 마실 수 있다는 아쉬움이 넘쳤다.
    우리 방은 사실 트리플 룸이기 때문이었다.
    계속 아~~ 여자면 같이 마시다 자는 건데!! 외치며 짧은 만남을 마무리했다.

    언니와 난 밤하늘에 별을 한참 보다 들어갔다.
    사실 제대로 별을 보려면 빛이 비치지 않는 샤먼 바위나 그 정도 뒤로 가야 하는데,
    우린 중심지 한복판에서 보는 별로도 만족했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하루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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