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러시아를 넘어 30일 나홀로 여행기 14] : 알혼 북부투어
    해외 여행/러시아&인접국가 2019. 6. 4. 15:5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숙소 - 북부투어 - 숙소

    여행 열흘 째 / 19년 3월 23일

     



    거친 운전에 몸도 피곤하겠다 술도 마셔서 꿀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서 아침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 중 하나와 어제 안주 살 때 샀었던 달걀, 치즈였다.
    계란과 치즈, 숙소에 있는 죽어가는 양파로 계란말이를 찹찹하고 컵라면을 익혔다.
    언니와 내가 딱 먹으려는 찰나에 어제 봤던 한국 남자분이 들어왔다.

    그 분은 이제 알혼 섬을 떠나 이르쿠츠크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어제 우리 숙소에 왔다가 사설 버스를 예약해 놓은 참이었다.
    같이 먹자고 불러서 딱 한 입 먹자니 버스가 도착해서 정말 안녕을 했다.

    마저 아침을 끝내고 양치까지 하니 우릴 태우고 북부투어에 갈 우아직이 도착했다.
    우아직은 우아즈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부항카라는 차종을 말하는데,
    몽골에서 푸르공이라고 부르는 차도 이 차라고 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최적화가 되어 있다 하는데, 

    어업에 종사하던 알혼 주민 여럿이 이 우아직을 운전하는 가이드로 전향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알혼의 우아직의 250대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500대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쿠지르 마을 어딜 가든 정비하는 우아직이 보였다.


    우리와 같이 북부투어에 가는 사람들과 우리의 가이드이자 기사님,
    같이 놀러 왔다는 러시아 대학생 세 명과 홍콩 커플이었다.

    그리고 우아직은 달리기 시작했다.
    거친 알혼 섬을!

    그리고 이르쿠츠크 시내를 달리는 미니버스는 비단길을 달렸단 걸 깨달았다.
    아무리 거칠어도 패이고 깎이고 질척한 알혼 섬의 길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우리가 갔을 때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나무 때문에 생긴 응달엔 눈비로 진흙 길이 생기고
    그 위를 우아직이 달리다 보니 50cm는 족히 패인 길이 수도 없었다. 
    우리의 기사님은 그런 길을 곡예 하듯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며 결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각종 감탄사가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이건 엉덩이가 뜨는 수준이 아니었다. 
    롤러코스터가 부럽지 않았다.
    짐볼에 휴대폰을 장착하고 동영상을 찍었는데도 흔들림이 장난 아니었다.
    짐볼에서 빼서 촬영한 동영상을 봤더니 토할 것 같았다.
    실제로도 멀미가 심한 사람은 투어 전에 멀미약 복용을 강력 추천한다.

     

    알혼섬이 큰 만큼 한참을 달렸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바이칼 호수에 맞닿은 고원이었다.
    바다처럼 끝도 없는 바이칼 호수를 보노라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칼바람도 같이 몰아쳤다.
    여행 와서는 괜히 지출을 줄이게 되는 나지만 도저히 바이칼의 칼바람을 참을 수 없어
    어제 마트에서 구매한 모자와 장갑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기사님은 영어는 전혀 못 하시고 우리는 러시아어를 못했다.
    알혼 원주민들만 아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아쉬웠지만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한 곳이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두번째로 간 곳은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고 기대하던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위였다.
    알혼 섬으로 들어왔을 때 호버 보트를 타면서 바이칼 호수를 걷기도, 보기도 했지만 모자랐다.
    아무래도 육지와 제일 가까운 곳이라 넓은 바이칼 호수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호수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곳이 꽁꽁 얼어 있었다.
    육지에서 알혼 섬 까지의 자동차 주행은 금지 되었지만 (실제로 곳곳이 녹아 있었다.)
    기사님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많은 우아직들이 맹렬하게 달릴 정도로 꽝꽝 얼어 있는 곳이었다.

    우리의 우아직도 얼음판 위를 빠르게 달려가다 멈춰 섰다.
    기사님이 손짓 할 때까지는 자유롭게 관광하는 시간이었다.
    처음 얼음판 위로 발을 떼니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깊은 호수라는 바이칼 호수의 수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 엄청나게 깊은 호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어제 같이 술을 마셨던 한국인 남자분이 갔던 투어에서는 
    한 명이 살짝 녹은 얼음 위로 빠졌다는 소리를 들은 탓에 괜히 하반신이 아찔해졌다.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걷다 보니 도저히 빙판이 깨질 것 같지 않았다.
    땅보다 더 딱딱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렇게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도 좋지만 그 깊은 수심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쉬웠다.

     


    이렇게 얼어붙는 순간까지 불어온 바람 때문인지 길게 융기되어 있는 거대한 얼음 조각들도 곳곳에 있었다.
    이 순간에 너무나도 즐겁고 새로웠다.
    이래서 여행을 다니지!

    기사님의 손짓에 얼른 우아직에 탔다.
    이번엔 오래 달리지 않았다. 
    아까 그곳은 우아직 수십 대가 세워져 있어서 사람들이 매우 많았는데,
    이번엔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에 데려와 주신 것 같았다.

    야트막한 바위에 올라가니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가 잘 보였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내려와 보니 반질반질한 얼음판이 보였다.
    눈을 신발로 쓱쓱 치워서 동행 언니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원래는 다 벗고 싶었지만 그런 몸뚱이는 안 돼서 
    반팔과 잠옷 차림으로 얼음 위에 드러누웠다.
    같은 투어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여행 오면 이 정도 미친 짓은 해야지!

    이 정도면 됐다 싶었더니 홍콩 여자분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만 남겼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손뼉을 쳤다! 진짜 리스펙!
    동행 언니도 살짝 벗고 사진을 찍었다.
    다 같이 웃었더니 말 한마디 없이도 투어 사람들과 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사님의 손짓에 다시 차에 올랐다.
    이번엔 진짜 지옥 길이었다.
    일반 차량이라면 도저히 바퀴가 굴러갈 수 없을 법한 길을 달렸다.
    온몸을 투닥투닥 맞는 듯한 느낌이 났다.
    그 와중에도 기사님은 옆자리에 탄 러시아 대학생과 여유롭게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중간마다 위험하게 기울지 않았나? 싶을 때 대화를 이어 나가서 별 상황 아니라는 걸 알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달려 도착한 곳은 아담한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북유럽 느낌이 나기도 했다.
    털 많은 소가 풀을 뜯고 있었고 온 곳에 소똥이 굴러다녔다.

    우리 이전에 차 한 대가 있었는데 기사님이 한창 불을 지피고 있었다.
    점심을 위해 온 곳이었다.

    보통 알혼 섬의 투어는 기사님이 직접 만드는 점심이 포함이었는데,
    기사님의 요리 실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렸다.
    집에서 아내분이 만들어 주신 걸 가지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그냥 맛없는 샌드위치 정도 주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우린 예약할 때 숙소 사장님에게 '오물 수프'가 먹고 싶다고 했고
    사장님은 자기가 꼭 전해 주겠다고 했다. 
    기사님은 먼저 와 있는 기사님과 인사를 하더니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줬다.

     

    이번에 온 곳은 빙판 모양이 특이했다.
    전의 두 군데는 그래도 평평한 아이스링크장 같았다면, 
    이곳은 바다가 언 것과 같이 물결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제일 햇볕이 잘 드는 곳이어서 두꺼운 빙판 위로 물기가 철벅 거리는 곳이었다.
    물결 모양대로 빙판이 얼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넘어질 수 있는 곳이었다.

    머리 위로 해가 비추니 여기저기서 빙판이 쩍쩍 대는 소리가 들렸다.

    빙판이 깨지는 건 아니고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소리였지만 무서웠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자세가 다 불안정했다.
    나도 카메라를 손에서 떼고 여차하면 빙판을 집을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한 손으로만 휴대폰을 잡았다.

     


    순식간에 구름이 해를 가렸다 피했다 했다.
    어두워진 풍경도 멋있었다. 
    또 다른 감각이었다.
    세상 끝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몸이 얼어갈 즘에 다시 우리들의 우아직으로 걸어갔다.
    얼추 요리가 끝나 가고 있었다.
    메뉴는 기대했던 오물 스프였다!

     


    기사님은 쓱쓱 빵을 자르고 스프를 떠 주셨다.
    감자와 당근이 들어간 스프는 감자 수제비와 맑게 끓인 매운탕을 섞은 맛이었다.
    한국 사람들도 잘 먹을 맛이었다.
    빵을 스프에 찍어 먹고 후루룩 국물을 마셨니 손끝까지 따뜻함이 들이차는 기분이었다.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스프를 다 마시니 홍차도 주셨다.
    파란 봉지에 든 건 차와 곁들여 먹는 과자였다.
    캠핑 나온 기분이었다.
    천국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먹고 나서 다들 기사님을 도와 자리를 치웠다.
    치우는 손길이 거침없었다. 탁탁탁 넣었더니 정리 끝이었다.
    투어 하는 사람들 다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사님에게 이름을 여쭤보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알렉세이라는 뭔가 내가 러시아 이름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의 소유자셨다.
    말은 안 통하지만 유쾌하신 분인 것 같았다.

    우리는 왔던 길을 거슬러 돌아가다 조그마한 공터에 멈췄는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였다.
    푸세식이 확실할 화장실에 제일 급했던 러시아 대학생들이 갔다 왔는데
    다들 '디스거스팅!!!'을 외치며 조심하라고 사람들에게 전해 줬다.
    다행히 난 밖에 나오면 화장실을 가지 않아 그곳을 체험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바이칼의 수호수가 있다는 곳이었다.
    러시아 대학생들이 바이칼을 지키는 나무가 있다고만 알려줘서 나무를 봤을 때 
    헐?? 나무가 어떻게 저렇게 생겼어??? 라며 경악을 했는데,
    다행히? 나무가 아니라 나무 형태의 동상이었다.
    진짜 이렇게 생긴 나무였다면 세계 몇 대 미스터리에 들 것 같았다.

    나무 동상에 방울이 매달려 있었는데
    바이칼의 세찬 바람 때문에 쉴 새 없이 방울이 올려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 정도의 신성함이면 진짜 나무가 아니어도 뭔가를 지켜 줄 것 같았다.


    이 곳에서 본 바이칼 호수가 제일 넓고 무서웠다.
    광대한 자연 앞에서 나라는 인간의 존재가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끝없는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다 알렉세이가 손짓했다.


    우아직이 다시 달리다 들판 같은 곳에 잠시 멈췄다. 
    황량한 들판이었는데 잠시 그냥 숨만 돌리다 다시 차에 탔다.
    그리고 한참을 달렸다.
    북부투어의 끝이었다.

    10시부터 4시까지의 일정이었는데 3쯤 숙소에 도착했는데,
    러시아 대학생, 홍콩 커플, 그리고 언니와 나는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숙소에 들어가 바로 뻗어 영양제 같은 낮잠에 빠졌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