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러시아를 넘어 30일 나홀로 여행기 15] : 안녕! 바이칼!
    해외 여행/러시아&인접국가 2019. 6. 6. 00:1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숙소 - 코페냐 선착장 - 바이칼뷰카페 - 마트 - 숙소(다음날) - 이르쿠츠크 중앙시장

    여행 열흘 째 / 19년 3월 23일

     

    낮잠에서 깨어났더니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언니랑 정신을 차리고 숙소 사장님이 추천했던 '인스타그램 사진 명소'에 갔다.
    러시아 사람들이 오면 제일 사진 촬영을 많이 한다는 중심거리 끝 바다였다.

    중심거리 끝까지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비수기에, 이제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이라서인 것 같았다.

    길의 끝까지 가니 번듯한 숙소가 굉장히 많았다.
    아직 공사중인 듯한 곳도 많이 보였고 카페나 레스토랑도 눈에 띄었으나 
    비수기엔 운영을 안 하는 듯 싶었다.

    거기서 더 걸어가니 작은 선착장이 나왔고 바다가 나왔다. 
    딱 해가지기 시작하는 멋있는 풍경이었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바이칼의 일몰을 구경하는데,
    앞쪽으로 바다에 박혀버린 호버보트를 빼내려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처음엔 두 세 명 이었는데 우리가 해넘이를 구경하고 있었을 때 그 인원은 점점 늘었다.
    한 명씩 우리가 왔던 길에서 뛰어 왔다.
    다들 친구들인지 뭐라고 말하면서 도와주는 모습이 정겨웠다.


    한창을 구경하고 사진 찍다 이번엔 걸음을 샤먼 바위 쪽으로 옮겼다.
    나는 알혼 섬에서 보고 싶은 게 밤하늘이랑 바이칼 호수밖에 없어서 다른 건 별로 알아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동행 언니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같이 졸졸 따라다녔다.

     


    샤먼 바위(부르한 곶) 쪽에서 조금 더 언덕 쪽으로 올라가면
    알혼 섬에서 아마도 제일 유명할 카페가 나오는데, 
    바이칼 뷰 카페 (Baical view cafe) 라는 곳이다.

    쿠지르 마을 쪽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데다가 바로 앞이 샤먼 바위라 풍경이 최고인 곳이다.
    게다가 요리도 맛있고 가격도 괜찮은 곳이라고 해서 들뜬 채로 걸음을 옮겼다.

    앞동산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자니 거의 해가 지고 있었다.
    어두운 밤을 보면서 먹는 커피는 각별하겠지?
    하고 딱 도착했지만 가게는 문을 닫았다.
    오후 7시쯤이라 닫은 것인지 이 시기에 닫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항상 이렇게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고 여행이지~
    쿨하게 사진 한 장 남기고 등을 돌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쿠지르 마을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이 황량해 보이는 곳은 밤에 빛이 거의 없어 사람들이 별을 보러 오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이 밤에 번개로 별 보러 모이기도 하던데
    나나 동행 언니나 지쳐 쓰러져서 그럴 생각을 전혀 못했다.
    여름의 알혼 섬을 보러 갈 때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렸다.
    뭔가 알혼섬 까지 왔으니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을 가지고 싶었다.
    바이칼이 새겨진 건 식음료가 많았고 그게 아니면 굳이 알혼 섬에서 살 필요가 없어 보였다.
    계속 고민하다 슬프게도 그냥 나왔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을 먹었는데,
    이르쿠츠크가 마지막 행선지인 언니가 가지고 있는 음식을 풀었다.
    떡볶이와 육개장을 먹으니 여기가 우리 집 안방이었다.

    치우고 사진을 정리하다 언니가 씻고 나와 씻으러 갔는데
    정말 넓디 넓은 공간에 샤워부스 하나가 덩그라니 있었다.
    이래서 샤워 줄이 밀리는 구나.
    씻고 침대에 누우니 꿀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언니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나누고 안녕을 했다.
    이렇게 룸 쉐어나 잠깐 어디 한 군데 동행이 아니라 며칠 계속 다니며 하는 동행은 처음이었는데
    언니랑은 마음도 잘 맞고 편안하게 여행해서 여행이 즐거웠다.
    지금까지 너무 혼자 다녔나! 잠깐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9시 반쯤 이르쿠츠크행 버스에 올랐다.
    알혼 선착장까지의 버스는 공용 버스인 것인지 정말 모든 곳에서 사람을 태웠다.
    그래도 고장 나서 서지 않는 게 어딘가~

    어제 우리와 북부투어를 같이 갔던 홍콩 커플도 함께였다.
    왠지 모를 반가움에 대화를 나눴더니 둘은 엄청나게 오래된 커플이고
    여자분은 나와 같이 회사 퇴사 후 여행을 왔단다.
    남자분은 휴가를 내고 온 거라 같이 여행하다 홍콩으로 돌아가고 여자분은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여자분의 가방이 정말 날 놀라게 하였다.

    가방이 웬만한 책가방보다 작았다.
    그래서 짐을 혹시 이르쿠츠크 숙소에 맡겼느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이 가방 하나가 다란다.
    가방에 볼륨도 없어서 뭐가 더 들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자기가 들 수 있을 만큼만 가져왔다고 하는데,
    그 패기가 너무너무 멋있었다.
    난도 짐을 많이 줄인다고 줄였지만 짐볼, 레코더, DSLR, 아이패드 등으로 이미 무게 초과였다.

    그래도 옷은 가져왔느냐고 물어보니
    진짜 입고 있는 게 다란다.....
    와 너무 멋있었다. 
    난 촬영 안 한다고 해도 저런 무소유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는 이르쿠츠크 기차역에서 같은 기차를 탈 계획이었다.
    내가 카잔, 홍콩 커플이 예카테린부르크로 같이 가는 구간도 길었다.

    언제 봤다고 그새 익숙한 내 마음의 호수가 된 바이칼을 마지막으로 가로질러 미니버스에 올랐다.
    홍콩 커플과는 헤어지게 되어서 기차에서 보자고 왓츠앱도 교환했다.

    놀랍게도 처음에 왔을 땐 그렇게 거칠게 느껴지던 운전이,
    알혼섬에서 우아직을 타고난 후에는 정말 느낌도 없었다.
    그래서 순식간에 잠이 들고 깨어났을 땐 그 휴게소였다.

    푹 자고 온 터라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휴게소 밖에서 기다리긴 싫고
    앉아서 기다리려니 눈치가 보여서 또 뽀자(러시아 만두)를 하나 시켰다.
    뽀자도 한입 먹었을 땐 '그냥 다진 고기만두네' 싶었는데 휴게소에 도착하니 또 생각났다.
    알혼섬 갈 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눈치를 못 챘는데 한쪽에 차를 타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돈을 내고 시키나 싶었는데 계속 관찰했는데 무료였다.
    홍차에 설탕 조금 넣고 비치된 레몬도 넣었다.
    홍차에 뽀자를 먹으니 여기가 진짜 러시아구나 싶었다.
    물론 내 홍차에 방사능은 안 들었다.

    다시 차에 올라 음악 듣다 졸았다 했더니 중앙시장이었다.

Designed by Tistory.